기도하고 싶은 날
정바름
내 마음에서 신神이 사라졌다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마땅히 빌 곳이 없어졌다
이것 참 난감하다
아무것도 내줄 것 없는 허공에다
간절히 빌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빌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일
바람에 흩어진 지난날의 기도는
마땅히 닿은 곳 없는데
그간 나는 누구에게 빌었단 말인가
어디에다 빌었단 말인가
마른 잎 서걱이는 거리에 서면
나는 왜 빌고 싶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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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1-봄(89)호 <다층시단> 에서
* 정바름/ 1993년『한국시』로 등단, 시집『사랑은 어둠보다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