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강경호
캐롤송도 들리지 않고
찬송가 소리도 멎은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거리는 적막하다
이따금 앰뷸런스 소리 들리고
술 취한 사람 몇몇 마스크를 쓴 채 휘청거리는 밤
방송에서는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지만
아직은 황금도 유황도 몰약도 세상 어디에도 없어
오늘도 수천 명이 죽었다는 비보
대학병원 앞에 서서 불안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을 바라본다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의 탄생을 알리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예루살렘을 향하였다는
그날 밤처럼 하늘을 바라보지만
잔뜩 구름 낀 하늘엔 별이 보이지 않고
고요한 교회들은
무거운 공기 속에 싸여 먹물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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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1-봄(89)호 <다층시단> 에서
* 강경호/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외, 미술평론집『영혼과 형식』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