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놀이
김선오
천 개의 트라이앵글이 바다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이 일은 아주 느리게
일어난다
해변의 마을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살인과 무관한 칼이 백사장에 버려져 있고
천 개의 트라이앵글이 느리게
바다 위로 쏟아져 내린다
트라이앵글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
곧이어 인파가 몰려들 것이다 깨끗한 칼은 젖은 모래에 덮여 있고
그것을 비추는 빛 없이도 빛나고 있다
천 개의 트라이앵글이 수면에
닿기 직전
무릎을 세우며 해변으로 달려오는 사람들
옷 속에서 점차 부드러워지는 살처럼
칼은 모래 밑의 악기
허공의 뼈
천 개의 트라이앵글
빛 없이 빛나는 천 개의 빗방울
각자의 몸에 담긴 피가 출렁인다
칼의 주변에 발자국이 생겨나요 칼을 둘러싼 모든 곳이에요 시달리는 맨발들, 어둠 속에서 살아 있는 새들
해변에 늘어선 인파가 기도한다 살인자를 잃어버렸지만
칼을 찾게 해주세요
그는 운이 나빴지
그는 운이 나빴다네
돌림노래와 천 개의 트라이앵글
죽은 자가 가라앉는 동안
물속으로
물속으로
뼈 어긋나는 소리와 합창단
기도를 모래가 모래 속으로 사라지듯이 해
파도의 머릿수를 세면서 해
천 개의 빈터를 가진
천 개의 트라이앵글이
반드시 천 개의 트라이앵글이
바다에 빠지는
그 순간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나는 개의 두 다리를 붙잡고 밤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개는 검은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다 이야기는 태어나 처음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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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1-봄(33)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김선오/ 2020년 시집 『나이트 사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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