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산거일기 16_김 목수 장사를 지내고/ 김남극

검지 정숙자 2021. 4. 19. 01:00

 

    산거일기 · 16

    - 김 목수 장사를 지내고는

 

    김남극

 

 

  개울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깬 새벽

  부고를 받았다

  김 목수가 세상을 떠났다

 

  제절祭砌이 좁아서 합장이 어려울 듯했다  

  생전에 두 분이 데면데면했으니

  좀 띄어서 모시면 좋겠다고 했다

  상주의 부탁이었다

 

  천광穿壙을 하고 나니

  사십 년 전 모셨다는 아주머니는

  누런 뼈 몇 가닥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관을 하고 취토取土를 하고 횡대를 덮고

 

  세 고패 회다지를 하고 봉분을 마무리하고

  평토제를 지내고 나니

  상주들은 울음을 그쳤다

 

  내려오다 쳐다본 봉분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그 옛날 김 목수를 닮았다

 

  새집을 잘 지어드렸으니

  뒤풀이를 거나하게 할 일

  취기가 노을처럼 지는 저녁을 가로질러

  집에 와 누웠다

 

  사람이 태어나는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사람이 죽는 건 참 큰 일이라는데

 

  이 두 가지가 바뀌어버린 세월이

  희미한 초저녁 속으로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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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지션』 2021-봄(33)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김남극/ 2003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너무 멀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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