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거일기 · 16
- 김 목수 장사를 지내고는
김남극
개울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깬 새벽
부고를 받았다
김 목수가 세상을 떠났다
제절祭砌이 좁아서 합장이 어려울 듯했다
생전에 두 분이 데면데면했으니
좀 띄어서 모시면 좋겠다고 했다
상주의 부탁이었다
천광穿壙을 하고 나니
사십 년 전 모셨다는 아주머니는
누런 뼈 몇 가닥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관을 하고 취토取土를 하고 횡대를 덮고
세 고패 회다지를 하고 봉분을 마무리하고
평토제를 지내고 나니
상주들은 울음을 그쳤다
내려오다 쳐다본 봉분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그 옛날 김 목수를 닮았다
새집을 잘 지어드렸으니
뒤풀이를 거나하게 할 일
취기가 노을처럼 지는 저녁을 가로질러
집에 와 누웠다
사람이 태어나는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사람이 죽는 건 참 큰 일이라는데
이 두 가지가 바뀌어버린 세월이
희미한 초저녁 속으로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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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지션』 2021-봄(33)호 <POSITION · 4/ 신작시> 에서
* 김남극/ 2003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너무 멀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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