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내 한숨의 나비효과/ 한옥순

검지 정숙자 2021. 4. 19. 00:05

 

    내 한숨의 나비효과

 

    한옥순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쉰 내 한숨 탓이었을까

  겨우내 폭설이 내리더니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거센 비가 쏟아져 내린다

  대단한 폭우다

 

  통신 두절

  교통 두절

  기억 단절,

 

  내친김에 죽었다는 소문이나 내어볼까 그리고는

  지금까지 내게 남은 것만 아끼며 살아볼까

  내가 정말로 죽는 그날까지 질기에 남아 있는 것하고만 살아 볼까나

  내겐 마지막까지 무엇이 남게 될까

 

  누군가 나를 위해 두고 갔는지

  은빛 펜 두 자루가 책상 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다

  나는 이제부터 못난 자화상을 그려갈 것이다 그리고

  펜 속의 잉크가 마를 때까지 나의 일상을 기록해 둘 것이다

  마지막 장 끝줄엔 '사랑했노라'는 말을 적어두겠다

  수줍어 수줍어서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을,

 

  내 한숨의 나비효과는 지독한 외로움의 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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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0-겨울(60)호 <시에 시> 에서

   * 고두현/ 경기 동두천 출생, 2000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황금빛 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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