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원고 청탁/ 황인학

검지 정숙자 2021. 4. 18. 23:52

 

    원고 청탁

 

    황인학

 

 

  별들은 풀에게 원고 청탁을 한다

  문장마다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면 풀들은 쉬지 않고 쓴다

  낮은 곳에 있으되 한 번도 비굴하지 않는 풀들은

  초록초록 문장을 쓴다

  뿌리부터 채워 올린 저 필획은

  국화꽃 못지않다

  풀들은 어떤가

  풀벌레에게 원고를 청탁한다

  무릎 젖도록

  풀벌레도 글을 쓴다

  밤이 새도록 그늘에서도

  잎들이 하나둘 떨어질 때도

  글을 쓴다

  원고료 일 푼 없어도

  물은 흐르고 감은 익어가고

  하늘은 더더욱 푸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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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0-겨울(60)호 <시에 시> 에서

   * 황인학/ 충남 공주 출생, 2009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눈부신 자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