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청탁
황인학
별들은 풀에게 원고 청탁을 한다
문장마다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면 풀들은 쉬지 않고 쓴다
낮은 곳에 있으되 한 번도 비굴하지 않는 풀들은
초록초록 문장을 쓴다
뿌리부터 채워 올린 저 필획은
국화꽃 못지않다
풀들은 어떤가
풀벌레에게 원고를 청탁한다
무릎 젖도록
풀벌레도 글을 쓴다
밤이 새도록 그늘에서도
잎들이 하나둘 떨어질 때도
글을 쓴다
원고료 일 푼 없어도
물은 흐르고 감은 익어가고
하늘은 더더욱 푸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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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0-겨울(60)호 <시에 시> 에서
* 황인학/ 충남 공주 출생, 2009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눈부신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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