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당신의 만유인력/ 김정석

검지 정숙자 2021. 4. 15. 14:52

 

    당신의 만유인력

 

    김정석

 

 

  옆에 있으면 좋다 당신이어도 되고 의자여도 된다 거기를 우연히 지나는 고양이 한 마리여도 되고 폭탄이 터지면서 꽃이 피어도 된다

 

  별이 한 발짝 옆 당신별에게 가기 위해서 걸음마를 한다 걸음마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가능하다 거리를 계산하고 거리에서 거리가 지워질 때까지 간절하게 몸을 기울인다 사이와 사이에는 중력이 존재한다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한쪽으로 슬쩍 기울게 하는 것은 만유인력이고 한 걸음의 시작이다

 

  별은 서로 뒤척거리면서 잠자리를 바꾸는데 그것도 한 걸음이다 별을 만나고 생각하고 다른 별로 한 걸음 떼면 거기도 별이고 당신이다

 

  한 걸음의 크기는 모두 다르다 지구의 일억 년을 한 걸음으로 계산하는 별도 있다 오늘은 한 걸음에서 시작되고 사이는 한 걸음으로 정의된다 별과 별 사이가 일억 광년이어도 한 걸음이고 마음과 마음 사이가 백 년이어도 한 걸음이다 마음이 어디로 옮겨 앉았는지 알 필요 없다 한 걸음 안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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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1-봄(61)호 <시에 시인> 에서

   * 김정석/ 전남 해남 출생, 2000년 『모던포엠』으로 등단, 시집 『별빛 체인점』 『내가 나를 노려보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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