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바람꽃/ 김규화

검지 정숙자 2021. 4. 15. 01:27

 

    바람꽃

 

    김규화

 

 

  먼산에 바람꽃 피네, 바람꽃 피는 산골짜기에서

  아네모네 꽃을 든 그가 달려오네

 

  하얀 손을 솜처럼 나풀거려

  국화바람꽃, 그늘바람꽃, 꿩의바람꽃, 들바람꽃,

  쌍도바람꽃, 회오리바람꽃을 피우며

  나에게로 달려오다가 시들어 버리네

 

  시간이 0시를 가리키고 나는 다시

  꽃피울 때를 기다리고 있네

 

  꽃들은 아네모네포비아로 벌벌 떨기 시작하네

  꽃잎이 바람에 떨어지면 세상은 다시 뽀얗게 되네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의 후미진 구석으로 돌아가네

  구름으로 바람꽃 피워 봉화를 올리며

  옛날을 지금에 맞추어 나를 정의하네

 

  타임머신의 공간은 너무나 넓어

  나는 뛰어나가 들판으로 내달리고

  흑백의 그림에 색칠을 하네

  흙을 골라 밭을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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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1-3월(625)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대표작 5편> 중에서

   * 김규화/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상한 기도』 『평균서정』 『바다를 밀어올린다』 등 다수, 시선집 『초록징검다리』 『서정시편』, 영시집 『Our Encounter』(Homa & Sekey Books), 불어시집 『Notre Rencomtre』(Sombres Rets), 현대시인상, 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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