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옆 동네 사는 사람/ 김광기

검지 정숙자 2021. 4. 17. 02:57

 

    옆 동네 사는 사람

 

    김광기

 

 

  옆 동네에 김영갑이라는 사진가가 살고 있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가 보았더니 고향사람이었습니다.

  나이가 나보다 두어 살밖에 많지 않은데,

  사람은 가고 작품만 남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젊다하며 살고 있는데

  세상을 떠난 지 십여 년은 더 지난 것 같았습니다.

  동네에서 좋은 터를 내줘 보기 좋은 작품 수십여 편이

  그의 정신과 그의 삶을 오롯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찾아볼 것 하나 없는

  생애를 보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큰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한라산 지류에서

  제주도 오름 사진 몇 장을 찍기 위해

  십몇 년의 빛을 찾아다녔을 그를 생각하면서

  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참 많이도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이 아니라 제주의 질긴

  생명력, 그걸 표현하고 싶다던 '두모악'의 상징을,

  움직이기 힘든 루게릭 몸으로 단장을 해놓았는데

  그가 마치 또 하나의 큰 오름이 되어 있는 듯

  '김영갑' 이름 석 자가 더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영혼이 담긴 그의 작품들이 저녁놀보다 더 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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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문화』 2020-겨울(56)호 <정예 시인/ 신작시 30인 선> 에서

   * 김광기/ 1995년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시계 이빨』, 시론집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