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에 시인상 작품 공모 당선작> 중에서
버려진 봉분
조영행
버릴 것 다 버려지는 쓰레기장 공터에
깨진 양은솥 하나 엎어져 있다
둥근 무연고 봉분
풀들 그 안이 궁금한 모양이다
제 봉분을 들여다보듯 기웃거린다
더듬어 올라가는 덩굴손
넘어가는 것이 있어
적막했던 무덤가에 꽃 피고
아니, 꽃잎으로 제 안을 들여다보고
봉분 안으로 그저
목을 숙인 꽃들
새들도 궁금한지 저 안의 사정
나도 쪼그리고 앉아 내 그림자 밀어 넣어보는데
봄볕도 허물어지는 무덤 하나
뜨겁게 끓어 넘친 어제와
조금씩 삭아 벌어지는 오늘 사이의 녹빛
나도 무덤 하나 가지고 있다
꽃 지는 봉분
찌그러진 양은솥의 우묵한 깊이쯤에서
막 지어낸 수의처럼
축문을 써나가는 각시붓꽃의 허공
꽃 끝은 어느 별 이름 하나 적고 있을지 몰라
녹아내리도록 불을 받아낸
누가 저 찌그러진 봉분을 버렸을까
-전문-
* 심사위원: 공광규 김선태 양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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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1-봄(61)호 <2021 시에 시인상 작품 공모 당선작> 중에서
* 조영행/ 충남 천안 출생, 청주시인협회 · 창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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