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버려진 봉분/ 조영행

검지 정숙자 2021. 4. 15. 02:55

<2021 시에 시인상 작품 공모 당선작> 중에서

 

    버려진 봉분

 

    조영행

 

 

  버릴 것 다 버려지는 쓰레기장 공터에

  깨진 양은솥 하나 엎어져 있다

  둥근 무연고 봉분

  풀들 그 안이 궁금한 모양이다

 

  제 봉분을 들여다보듯 기웃거린다

  더듬어 올라가는 덩굴손

  넘어가는 것이 있어

  적막했던 무덤가에 꽃 피고

  아니, 꽃잎으로 제 안을 들여다보고

 

  봉분 안으로 그저

  목을 숙인 꽃들

  새들도 궁금한지 저 안의 사정

  나도 쪼그리고 앉아 내 그림자 밀어 넣어보는데

 

  봄볕도 허물어지는 무덤 하나

  뜨겁게 끓어 넘친 어제와

  조금씩 삭아 벌어지는 오늘 사이의 녹빛

 

  나도  무덤 하나 가지고  있다

  꽃 지는 봉분

  찌그러진 양은솥의 우묵한 깊이쯤에서

 

  막 지어낸 수의처럼

  축문을 써나가는 각시붓꽃의 허공

  꽃 끝은 어느 별 이름 하나 적고 있을지 몰라

 

  녹아내리도록 불을 받아낸

  누가 저 찌그러진 봉분을 버렸을까

     -전문-

 

   * 심사위원: 공광규  김선태  양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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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1-봄(61)호 <2021 시에 시인상 작품 공모 당선작> 중에서

   * 조영행/ 충남 천안 출생, 청주시인협회 · 창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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