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의 눈 외 1편
강은진
엄마, 죽은 사람은 유리창처럼 투명해요
엄마도 알죠? 노랑색 셀로판지로 보는 느낌
모양은 없었지만 난 그것이 할아버지라는 걸 알았어요
엄마, 그런 건 느낌으로 그냥 아는 거예요
내가 알아보면 놀라실까 봐 못 본 척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슬퍼졌어요
거기서 슬픈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것 같았거든요
그날 밤 할아버지는 파랗게 빛나고 있었어요
물고기 알처럼 투명해서 할아버지 뒤로 빈 의자도 보였어요
달처럼 둥둥 뜬 채 앉아서 나를 보며 조금 웃었지만
어쩐지 울 것 같은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엄마, 슬픈데 안 슬플 수도 있어요?
할아버지는 꼭 그런 것 같았거든요
나를 보고 안녕, 하듯이 손을 한 번 흔들었는데
손바닥에서 파란빛들이 빙글빙글 돌다 사라졌어요
할아버지도 금세 사라져 버렸어요
나는 잠깐 눈을 깜빡였을 뿐인데요
엄마, 엄마는 정말 못 봤어요?
할아버지가 엄마를 지나서 걸어갔는데도요?
어디선가 까만 연기처럼 갑자기 피어올랐는데요
키가 작고 조금 뚱뚱했고 얼굴도 몸도 다 까만데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잘 쓰고 다니시던 그 회색 모자 있잖아요
천천히 천천히 엄마랑 강아지를 지나고 벽을 통과해서 방으로 들어갔어요
잠깐 외출했다 돌아오신 것처럼요
파란 별들이 할아버지를 맴돌다 함께 사라졌어요
하지만 엄마,
난 이제 할아버지가 어디엔가 계속 있다는 걸 알아요
발도 없었는데 어떻게 걸었을까요
엄마, 할아버지는 구름이 되었나 봐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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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중독
나를 스쳐 지나며 당신은
작은 바람을 일으켜 내 속눈썹을 살짝 흔들었는데
어디선가 티라미수* 냄새가 났어
그건 아마 당신의 작별 인사
너무 달콤해서 목이 아리던 그걸
우린 어째서 서로 떠먹여 주고
병든 시인들처럼 기침을 해댔던 걸까
당신이 떠나는 동안
나는 그 자리에서 계속 눈을 감고
뭉개진 케이크처럼 앉아 있었어
엉뚱한 기도문 같은 걸 외면서
티라미수엔
피처럼 끈적한 커피와
덜 익은 와인도 함께 들어 있다는 거
그땐 몰랐었잖아
모양 없는 것들에 이름을 붙여 주며
당신은 달다는 말을 위험하다는 말로 바꾸곤 했지
단맛은 혀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거라서
먹을수록 나는 텅 비어 갔나 봐
그때의 케이크는 이미 먹어 버렸고
우리가 붙여 줬던 이름들도 이젠 지워지고 없으니까
이 바람이 사라질 때까지
나를 끌어올려
하얗게 타오르는 구름 기둥처럼
달콤하고 위험한 이 기분의 끝으로
-전문-
* 티라미수: 'Tirare mi su(나를 끌어올리다)'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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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달콤 중독』에서, 2020. 10. 26. <파란> 펴냄
* 강은진/ 서울 출생,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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