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발견되었다
박민서
갑자기 생긴 주름은 그림자의 무덤
심장에서 황톳물 뱉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울먹한 표정의 생생한 얼굴 하나가
내 얼굴을 따라다닌다
악몽이 발견되었다
휘어져 오는 바람이 손에 잡히지 않아
무작정 바람을 꺾었다
보이지 않는 온도는 누구의 이름인지
너의 손에 가려진 여러 개의 가명들
이름 너머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
웃거나 울 때는 숨어야 할 표정이 없다
옛날 얼굴을 버리는 것은
불안을 화석처럼 덮어버리는 일
내 얼굴을 쓰다듬다 보면
오래 잊고 있었던 바명이 되살아난다
더럽혀진 숫자가 기억 날 때
날벌레들이 바람에 몰려다닐 때
다정하지 못한 먹구름이 갈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옛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얼굴 속으로 모두 숨어버린 탓
사진처럼, 옛말하는 인사처럼, 돌아오지 않는 표정들
난 누구하고 살았을까
충혈된 망막에는 어떤 얼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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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사람』 2021-봄(9)호 <poem & poetry>에서
* 박민서/ 1968년 해남 출생, 2019년 『시산맥』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