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점토인형/ 진혜진

검지 정숙자 2021. 4. 11. 14:01

 

    점토인형

 

    진혜진

 

 

  1

  어둠과 빛은 붉은 진흙의 심장을 가졌습니다

  흑과 백을 쥔 채 우리는 너무 단단해서 어쩌면 텅 빈 속입니다

 

  2

  당신은 나를 비 맞은 매화나무로 베어내고 속을 묻습니다 손에 쥐었던 새를 공중에 날리면 젖은 손바닥에서 어둠의 길목들이 생깁니다

 

  매일은 빚어집니다 가짜가 진짜로 바뀔 때 비로소 충돌하는 어제가 빚어집니다 이쪽에서 보면 우리는 만나야 할 사람이었습니다 한 쌍의 인형처럼

 

  3

  순간이 흙인 사람이 있습니다

  순간은 순간을 닮아 태어나므로 잘못이 없을까 한 번 더 만져봅니다

 

  모든 끝은 스며들다 사라집니다 한 번도 순간에게 나를 내준 적 없는데 당신과 흑백은 그 이후가 됩니다

 

  버려진 흙처럼 세상에 없던 이방인들이 내 안에 군중을 이루고 있습니다 붉은 심장은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다시 생생하게 부서져야 살아서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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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사람』 2021-봄(9)호 <poem & poetry> 에서

  * 진혜진/ 2016년 ⟪경남신문⟫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