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권상진
어제 당신이 놓고 간 말
오전 내내 탁자 위에 얹혀있네
아직은 나의 것이 아니고
더는 당신 것도 아니어서
덩그러니
혼자 둘 수 없어서
당신인 듯 의자를 당겨 앉아보기도 하고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서점에도 꽃집에도 함께 다녀온 말
눈 감고 한참을 두고 보던 목소리
아니 척 빈 가슴에 슬쩍 담아보면
맥놀이처럼 당신이 자꾸 밀려와
귓가에서 서성이는데
질문이 아니어서 대답할 수 없는 말
내가 나에게 물어야하는 말
머리가 심장으로 그 말 데려가면
당신이 자꾸만 두근거려서
오래 혼자 웅크려있던 창백한 희망을 두드리네
어제 당신이 놓고 간 그 말
이제 탁자 위에 다시 놓은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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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사람』 2021-봄(9)호 <poem & poetry> 에서
* 권상진/ 1972년 경북 경주 출생, 시집 『눈물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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