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 말/ 권상진

검지 정숙자 2021. 4. 11. 13:48

 

    그 말

 

    권상진

 

 

  어제 당신이 놓고 간 말

  오전 내내 탁자 위에 얹혀있네

  아직은 나의 것이 아니고

  더는 당신 것도 아니어서

  덩그러니

 

  혼자 둘 수 없어서

  당신인 듯 의자를 당겨 앉아보기도 하고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서점에도 꽃집에도 함께 다녀온 말

 

  눈 감고 한참을 두고 보던 목소리

  아니 척 빈 가슴에 슬쩍 담아보면

  맥놀이처럼 당신이 자꾸 밀려와

  귓가에서 서성이는데

 

  질문이 아니어서 대답할 수 없는 말

  내가 나에게 물어야하는 말

  머리가 심장으로 그 말 데려가면

  당신이 자꾸만 두근거려서

  오래 혼자 웅크려있던 창백한 희망을 두드리네

 

  어제 당신이 놓고 간 그 말

  이제 탁자 위에 다시 놓은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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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사람』 2021-봄(9)<poem & poetry> 에서

   * 권상진/ 1972년 경북 경주 출생, 시집 『눈물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