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김승희
별
에서
ㄹ이
떨어져서
무릎 같은 ㄹ이 떨어져서
땅에 내려와서
논에 들어가
벼가
되어서
벼로 패어서
일하는 농부의 다리
힘들어서
꺾어져서
주저앉아서
겹친 다리
꺾인 무릎
ㄹ이 되어서
벼를 모시고 쉬는데
때
그런 때
벼가
별이 되어서
- 시집 『냄비는 둥둥』(2006)
▶원죄의 극복과 제도적 대립 속의 지향점_김승희 시인의 자선시를 중심으로(발췌) - 박현솔/ 시인
김승희 시인은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였고 70년대에 관념적이고 이국적인 이미지와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열정이 넘치는 남성적 주체를 그러냈으나, 80년대에 여성으로서 자기인식을 하면서 소외된 여성 문제에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시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여성들을 억압하는 수많은 제도들을 비판하고 그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탈주를 감행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추구한 것이 김승희 시인과 다른 페미니즘 시인들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녀는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타자화된 여성들과 도시의 소시민으로서 세계의 부조리함으로 소외된 여성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위해서 연대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다른 페미니즘 시인들이 모성을 여성 억압의 주된 요인으로 인식하는 데 반해 그녀는 "창조적인 모성은 여성의 내재적인 힘이며 여성 존재의 재탄생을 보유한 원천"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승희 시인은 무엇보다도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와 부조리, 소외로부터 벗어나서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자유와 비상을 꿈꾸고 해방과 완성을 향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p. 시 30-31/ 론 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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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사람』 2021-봄(9)호 <focus poet> 에서
* 김승희/ 1952년 전남 광주 출생,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 시집 『태양 미사』 『도미는 도마 위에서』 등,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
* 박현솔/ 제주 성산 출생,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 200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달의 영토』 『번개와 벼락의 춤을 보았다』등, 시론집 『한국 현대시의 극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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