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번 여름의 일/ 최지인

검지 정숙자 2021. 4. 10. 13:19

 

    이번 여름의 일

 

    최지인

 

 

  시베리아가 불타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나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날려버린 시간을 만회하려고 애를 썼다

 

  운이 나빴다고도 할 수 있다

 

  며칠째 두통에 시달리는 너에게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

 

  잠을 청하며 슬픔에 잠기곤 했는데

 

  어제 집계된 감염자의 수와 두려움과 가난과 외로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

 

  돈 버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었다 갓 서른을 넘겼을 뿐인데 다 늙어버린 것 같다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너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을 향해 가라앉는

 

  이것은 모두 이번 여름의 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과 얼마나 멀어진 걸까

 

  폭우가 계속되는 계절

 

  고양이들은 어디서 비를 피하는 걸까

 

   ------------------

   * 『작가들』 2020-겨울(75)호 <시> 에서

   * 최지인/ 2013년 『세계의문학』 으로 등단,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동인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등, 뿔_ 창작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