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윤식(金允植)/ 이종복

검지 정숙자 2021. 4. 10. 13:10

 

    김윤식金允植

 

    이종복

 

 

  시인은 이무기의 혀를 가졌다.

  각을 세웠던 문자들이 헐렁헐렁 날아다니고

  내쉬는 숨, 그 결 따라 말들은 노랫가락이 되었다.

  이룡螭龍이 있다면, 필시 백발의 투구를 쓰고

  사타구니 곁에 끼워 넣어둔 여의주如意珠를 만지작거리며

  신포주점 구공탄 난로를 쬐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사랑은,

  "아파도 하는 것,

  죽어가면서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

  사랑은,

  "품속에서 꺼낸 따듯한 벙어리장갑 같은 것,

  하늘에 있다가 땅으로 내려온 것"이라고도 했다.

  사랑은,

  "풀 한 포기 초록빛으로 자라는 것"이라 했으며

  "땅에서 마침내 다시 하늘로 올라다는 깊고 빛나는 고요한

  어머니 같은, 영원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 시인은 신포동의 이무기였다.

  천상의 용이 되기를 거부하며

  초록으로도 늙어가는 백두白頭가리였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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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들』 2020-겨울(75)호 <시> 에서

   * 이종복/ 1963년 인천 신포동 출생, 2001년 『인천문단』으로 등단, 저서 『신포동에서 아침을』 『인천한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