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그 후
신현수
어머니 치매검사 결과 나오는 날
어머니와 작은누님을 모시고 서툰 운전으로 부평구보건소로 갔지만
주차장은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만들어놓아서
굴포천 복개지 공영주차장으로 갔는데
차를 대다보니
얼마 전까지 '우리' 학교였던 곳의 후문이다
쉬는 시간인지 까르르 웃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 밖으로 뛰어나온다
갑자기 눈물이 찔끔 흘러나온다
느닷없는 눈물이라니
나 스스로에게 약간 당황스럽다
담장 안에 두고 온 것이 있었나
아직 담장 안에 무슨 미련이 많이 남아 있나
나 스스로 걸어 나왔으면서 이 무슨 뜬금없는 눈물인가
나는 시인도, 문화활동가도, 시민운동가도 아닌
아, 나는 결국 선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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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 2020-겨울(75)호 <시> 에서
* 신현수/ 1985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서산가는 길』 『천국의 하루』등, 시선집 『신현수 시집』 『나는 좌파가 아니다』, 저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 『시로 쓰는 한국 현대시』 『시로 쓰는 한국 근대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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