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마침/ 김후성

검지 정숙자 2021. 4. 6. 16:22

 <2021,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 당선작> 中

 

    마침

 

    김후성

 

 

  아침의 달이 나사못처럼 제자리를 파고든다

 

  달을 향해 줄줄이 끌어 올려진 새들이 다른 세계로 빠져나간다

 

  내 눈은 엔딩 자막 위로 소용돌이치는 폭풍의 기울기를 가졌다

 

  열 살도 되기 전에 놀이터 거미줄에 걸린 껍질들에서 이미 통성명하던 것들, 구멍마다 쑤셔 박힌 담배꽁초 끄집어내고 들여다보면 담 속에 묻혀있는 저쪽

 

  그런 이별

 

  손바닥 비벼서 만든 온도를 차가운 두 눈에 대고 나만 땅 밑으로 푹 꺼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한참 서 있었지

 

  오늘 혼자 남아 욕조 배수 구멍을 향해 빙빙 돌며 돌진하는 머리카락을 보면 구멍 안이 몇 억 년 같다 큰 바다는 나중에 어디로 빠져나가는 것일까 세상 끝에 검은 마개 하나 있어 그걸 뽑기만 하면

 

  되는 걸까

 

  내 어린 시절 책가방 안에 누구나 하나씩 갖고 다녔던 것

  소형 연필깎이 구멍 안의 소용돌이 나무껍질들

  연필 뽑아 이름 크게 쓰고

  그 옆에 작은 마침표 꼭 그려 넣었던

     -전문-

 

 

    * 심사위원: 최문자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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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 여는 세상』 2021-봄(77)호 <신인상/당선작> 中

    * 김후성(본명, 임후성)/ 진도 출생, 연극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