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 당선작> 中
마침
김후성
아침의 달이 나사못처럼 제자리를 파고든다
달을 향해 줄줄이 끌어 올려진 새들이 다른 세계로 빠져나간다
내 눈은 엔딩 자막 위로 소용돌이치는 폭풍의 기울기를 가졌다
열 살도 되기 전에 놀이터 거미줄에 걸린 껍질들에서 이미 통성명하던 것들, 구멍마다 쑤셔 박힌 담배꽁초 끄집어내고 들여다보면 담 속에 묻혀있는 저쪽
그런 이별
손바닥 비벼서 만든 온도를 차가운 두 눈에 대고 나만 땅 밑으로 푹 꺼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한참 서 있었지
오늘 혼자 남아 욕조 배수 구멍을 향해 빙빙 돌며 돌진하는 머리카락을 보면 구멍 안이 몇 억 년 같다 큰 바다는 나중에 어디로 빠져나가는 것일까 세상 끝에 검은 마개 하나 있어 그걸 뽑기만 하면
되는 걸까
내 어린 시절 책가방 안에 누구나 하나씩 갖고 다녔던 것
소형 연필깎이 구멍 안의 소용돌이 나무껍질들
연필 뽑아 이름 크게 쓰고
그 옆에 작은 마침표 꼭 그려 넣었던
-전문-
* 심사위원: 최문자 송재학
---------------------
* 『시로 여는 세상』 2021-봄(77)호 <신인상/당선작> 中
* 김후성(본명, 임후성)/ 진도 출생, 연극 연출가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팬터마임/ 기혁 (0) | 2021.04.08 |
|---|---|
| 오늘은 햇빛을 사러 갑니다/ 주향수 (0) | 2021.04.06 |
| 책상/ 최금녀 (0) | 2021.04.05 |
| 고비에서/ 백인덕 (0) | 2021.04.05 |
| 김효은_그레텔을 위하여(발췌)/ 서정 : 김경인 (0) | 202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