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책상/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21. 4. 5. 18:46

 

    책상

 

    최금녀

 

 

  참나무 책상

  바람 반대편 산비탈에서 나에게 왔다

  

  줄자도 없는 때

  왼쪽이 기울면 오른쪽에 종이를 끼우고 썼다

  기우뚱할 때마다 

  웬 사랑이라는 말이 자주 튀어나오다가

 

  나무에 턱을 고이면

  햇볕이 쫓아와 노트를 비추었다

 

  참나무 한 그루에

  나를 겹치고

  가장자리 어긋난 시를 썼다

 

  참나무 심장 속에서 푸른색 잉크가 풀려나오고

  시에서는 생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이른 새벽

  홀로 깨어

 

  절뚝거리며

  다 버리고

  다 걸어왔다는 듯

  네 다리로 버티고 선

 

  참나무 책상에서

  들풀 같은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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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 여는 세상』 2021-봄(77)호 <신작>에서

   * 최금녀/ 1998년 『문예운동』으로 등단, 시집 『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