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서書
허연
살았던 날들을 헤아려 보면
어떤 날은 셀 수 있었고
어떤 날은 셀 수 없었다
나무는 바람에 절을 하다 말고
생을 마감한 채
가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마지막 벽돌이
화구를 막을 즈음
살 타는 냄새가 났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들의 선한 눈망울이
하늘을 올려다 볼 때
마당에 넣어놓은 홑이불이
천천히 흔들릴 때
사소한 슬픔이 새 한 마리와 함께
날아갔다
너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그대
인질처럼 거리에 잡혀 있었고
기도의 한 형태처럼 거리에 서 있었지
들짐승들이
연기가 날아가는 방향을 보며 짖는 저녁
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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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1-봄(20)호 <poem>에서
* 허연/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내가 원하는 천사』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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