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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외 1편
김유림
오늘의 지하철은 아주 인간적인 기계처럼 보인다. 직선으로 달리고······ (그것밖에 없다) 달리다가 멈춘다. (그것밖에 없다). 그 사실이 지하철을 더 슬프게 만들지는 않는다. 땀이 난다. 다리를 꼰다. 어깨를 움츠린다. 가방을 최대한 끌어안는다. 물 떨어지는 우산은 최대한 가까이······ 잡는다. (너무 어려운 인간적인) 나는 첫 만남에 그녀를 웃게 하고 싶었다. (너무 어려운 인간적인 최대한) 존댓말을 썼다. 우린 왜 너무 어려운 인간적인 그것밖에 없는?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그래도 봄이란 것을 생각하면서 (그것밖에 없다) 자연스레 지하를 벗어나기도 하였다. (또 그것밖에 없다). 저것은 성수대교. 그 외에는 봄비 정도. 봄비도 내리다 말다 하였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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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 이상의 모형
세 개의 방에서 사람들이 도마뱀 시와 망아지 시와 코끼리 시를 읽고 그 아래 전시된 작은 모형들을 보고 있다. 점토로 만들고 바람에 말려서 단단하다. 김유림은 전시를 상상한다. 김유림은 타오밍과 함께 기획하고 실현할 수도 있었던 전시를 상상한다. 사람들은 이제 이 전시가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은 모형들은 서로를 바라보거나 서로를 바라보는 서로를 등지고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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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세 개 이상의 모형』에서, 2020. 8. 18. <문학과지성사> 펴냄
* 김유림/ 201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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