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죽은 사람이 새를 보내왔다/ 김유미

검지 정숙자 2021. 3. 29. 18:38

 

    죽은 사람이 새를 보내왔다

 

    김유미

 

 

  그는 자신이 빛나는 줄도 모르고

  폐허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나는 시집 속, 그가 낳은 아이의 갈비뼈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사람 아이의 고독을 들여다보다 눈이 어두워진 사람 아이 새엄마의 잔소리를 함께 듣다가 귀가 먼 사람 혹은 그의 방 어른이 된 아이가 마시다 남긴 술을 마시다 야릇함에 취해 잠이 든 사람

 

  새가 날아가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되는 거지 생각하다가

  그곳은 행복한가요 평화로운가요 물으면

  눈을 깜박인다

 

  허공을 지탱하던 위험한 마음이 녹아 있는 행간

  손을 휘저으면 울지 않는 꿈들이 잡힌다

 

  본 적은 없지만 흐릿한 느낌은 남아

  기대어 오고 있는 사람

  술과 피와 눈물을 쏟다 죽었다는 당신에 대한 부고는 거짓

 

  나는 죽지 않는 새를 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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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파란』 2021-봄(20)호 <poem>에서

   * 김유미/ 2014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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