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다는 거
강재남
환영이었을까요
거울 속에 잠긴 얼굴과 새벽마다 호출되는 위태로운 숨
오늘의 날씨는 창백합니다 서서히 녹아내리는 악몽입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쓸어 담는 게 좋겠군요
오늘만 살고 오늘만 죽어야 하는 얼굴엔 무엇이 담겼을까요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악몽은 염치가 없습니다
지겨워요 비루해요 멸렬해요
쏘아붙인 말이 맥락 없이 걸립니다
한차례 별이 쏟아지고
별이 이야기하는 밤을 요약하자면 위태롭게 겁 없게
그러니까 서툰 질문은 통과하기로 합니다
변덕스런 별자리가 저만치 달아나네요
너라는 간단없이 쓸 수 있는 이름에게 친절한 인사를 건네고
그럼요 그럴게요
방 귀퉁이마다 별 무더기를 달아 놓을게요
아직 전하지 못한 안부는 끝나지 않을 인사로 남기고요
반송될 얼굴은 없습니다 어떤 곳에도 맺힐 약속은 더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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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1-봄(20)호 <poem>에서
* 강재남/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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