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흐림 1
양수덕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끌렸다
한 점 물방울무늬가 시민증을 내려놓을 때
죽은 풀씨가 입가에서 다시 돋아났다
안 봐서 즐거운 다이어트가 되었고
안 들으니 상쾌한 귀를 바꿔 달았다
신문과 TV는 멀리 떠나가는 대륙횡단 열차였다
나쁜 나쁜······다 자란 철수와 영희를 씹지 않아도 되었다
빠닥빠닥한 여행의 권리증을 잡으니
세상 몰라도 되는 발걸음이 하늘동네를 떠다녔다
눈은 이국의 허파로 숨쉬고
귀는 낯선 인사의 카페로 달려가는 동안
속눈썹이 긴 감탄사가 윙크를 했다
그게 언제 적 햇살인지--
여행 가방을 들춰보는 당신
말라가는 기억을 재주껏 긁어모으니 펑퍼짐한 회색 구름으로 깔린다
어느새 긴 한숨의 벽으로 다가선 마스크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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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 2021-봄(36)호 <미래시학 시단 2> 에서
* 양수덕/ 2009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엄마』등,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소설집 『그림쟁이 ㅂㅎ』, 동화 『동물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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