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는 아직 자연을 벗어날 수 없다/ 김대호

검지 정숙자 2021. 3. 23. 01:32

 

    나는 아직 자연을 벗어날 수 없다

 

    김대호

 

 

  이번 환절기엔 부고 소식이 유독 많았다

  나는 참을 만한 것들과 십수 년 넘게 식구로 살았다

  그 이전의 나는 참을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자주 부풀었다

 

  영정에 절을 하고 돌아와 속옷까지 갈아입고 밥을 먹었다

  목이 메이는 것은 내 건강이 별로 안 좋다는 증거

  실내가 더워 창문을 조금 열려고 하다가 참았다

  참을 수 없는 것들을 참았을 때 내가 계속 성장해가는 듯했다

 

  창문 밖 까마귀를 보았다

  한때 저 검은 새를 내 미신은 불길한 징조로 읽었다

  내가 까마귀를 참듯 까마귀도 무엇인가를 참으면서 살 것이다

  아직도 자연을 벗어나지 못해 두통이 있으면 숲을 찾는데

  참을 수 없는 것들이 편집되면 숲을 나온다

  그러고 보니 환절기 전부터 당신과 너무 투명하게 지낸 것 같았다

  당신과 눈을 맞추고 자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당신을 그대로 통과해 당신 너머

  곳에 나는 배치하곤 했다

 

  두통과

  참을 수 없는 투명과

  까마귀 소리가 참을 만했던 것도

  당신을 그대로 통과해서 당신의 눈물이 따라올 수 없는 곳에 배치된

  나의

  아주 사소한 등고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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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 2021-봄(7)호 <봄 신작시>에서 

  * 김대호/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