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눈물의 집/ 이향란

검지 정숙자 2021. 3. 16. 00:56

 

    눈물의 집

 

    이향란

 

 

  사막에 서면

  여기저기 곳곳에서 눈물의 돌기가 느껴진다

 

  눈물이 죽을힘을 다해 지어올린 집

 

  사람들은 이 거대한 집의 이름을 사막이라 부르며

  황홀과 황폐를 오가지만

  정작 눈물에게는 당호가 없다

 

  기원조차 알 수 없는

  눈물의 말라버린 이 유서 앞에서

  삶에 대한 혹은 사랑에 대한 어느 맹세가 이보다 강할까

 

  가끔 거처가 불분명한 바람이 드나들며

  눈물자국이라도 한 점 들이키려 애를 쓰지만

  없다, 없다, 없다

 

  파수꾼 전갈만이 문을 꼭꼭 잠근 채

  눈물의 경고한 집을 드나들며 반짝

  독을 들이킬 뿐이다

   

 

   ---------------------

   * 『문학과 창작』 2021-봄(169)호 <2000년대 시인 26인/ 신작시>에서

   * 이향란/ 2002년 시집 『안개詩』로 등단, 시집 『너라는 간극』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상전 바람벽에 기대어/ 홍사성  (0) 2021.03.16
근상(根上)/ 김화순  (0) 2021.03.16
고추잠자리/ 문혜관  (0) 2021.03.16
이슬 프로젝트-53/ 정숙자  (0) 2021.03.15
지하, 철/ 전서린  (0)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