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집
이향란
사막에 서면
여기저기 곳곳에서 눈물의 돌기가 느껴진다
눈물이 죽을힘을 다해 지어올린 집
사람들은 이 거대한 집의 이름을 사막이라 부르며
황홀과 황폐를 오가지만
정작 눈물에게는 당호가 없다
기원조차 알 수 없는
눈물의 말라버린 이 유서 앞에서
삶에 대한 혹은 사랑에 대한 어느 맹세가 이보다 강할까
가끔 거처가 불분명한 바람이 드나들며
눈물자국이라도 한 점 들이키려 애를 쓰지만
없다, 없다, 없다
파수꾼 전갈만이 문을 꼭꼭 잠근 채
눈물의 경고한 집을 드나들며 반짝
독을 들이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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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창작』 2021-봄(169)호 <2000년대 시인 26인/ 신작시>에서
* 이향란/ 2002년 시집 『안개詩』로 등단, 시집 『너라는 간극』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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