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철
전서린
캄캄한 틈이 즐겁다
지상에서 게을렀던 근육과 뇌파가
지하에서 철이 든다
묵직한 요동하지 않는 눌림의 경계가 자유롭다
파지로 떠났던 사유도 살갑게 심중을 두드리는
한 편의 시가 터널을 빠져나온다
다음 정거장이 목적지라면
철을 내려놓고 가볍게
지상의 대열로 흡수되는 걸 기억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듯,
처방과는 다르게 케페인을 한 잔 더 보태면서
깨어있는 순간이 길지 않게
무뎌진 얼굴로
나선형의 핏줄이 계단을 오른다
피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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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펀』 2020-겨울(19)호 <사이펀의 시인들/ 신작시>에서
* 전서린/ 부산 출생, 2013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달팽이집』 『구운 전어에 관한 보고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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