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지하, 철/ 전서린

검지 정숙자 2021. 3. 14. 21:11

 

    지하, 철

 

    전서린

 

 

  캄캄한 틈이 즐겁다

  지상에서 게을렀던 근육과 뇌파가

  지하에서 철이 든다

  묵직한 요동하지 않는 눌림의 경계가 자유롭다

  파지로 떠났던 사유도 살갑게 심중을 두드리는

  한 편의 시가 터널을 빠져나온다

  다음 정거장이 목적지라면

  철을 내려놓고 가볍게

  지상의 대열로 흡수되는 걸 기억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듯,

  처방과는 다르게 케페인을 한 잔 더 보태면서

  깨어있는 순간이 길지 않게

  무뎌진 얼굴로

 

  나선형의 핏줄이 계단을 오른다

  피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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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펀』 2020-겨울(19)호 <사이펀의 시인들/ 신작시>에서

  * 전서린/ 부산 출생, 2013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 『달팽이집』 『구운 전어에 관한 보고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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