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우대식
고등학교 신입생 시절 나는 사이비 전도관의 신도였다. 산동네 언덕배기 작은 교회 골방으로 기도를 하러 들어갈 때마다 신의 커다란 손바닥이 내 등짝에 천국의 인을 쳐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꽃무늬 손수건을 늘 손에 쥐고 있던 피아노를 치던 여자 아이와 함께 천국에 이르러야 한다는 강박은 그를 대신해 두 배로 기도했던 것이다. 산동네에 뜨던 별들은 가난했지만 아름다웠으며 신의 말씀에 왜 나는 기쁨보다 눈물을 흘렸는지 알 길이 없다. 내가 믿었던 것은 슬픔의 신이었다. 여자 아이가 늦은 밤 혼자 피아노를 치고 있는 뒷모습은 신 앞에 흘리던 눈물보다 더 많은 슬픔을 안겨다 주었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짜라투스트라를 한없이 미워하며 그 여자 아이와 함께 천국에 이르기를 무릎이 까지도록 기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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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펀』 2020-겨울(19)호 <사이펀의 시인들/ 신작시>에서
* 우대식/ 1965년 강원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설산 국경』 등, 저서 『죽은 시인들의 사회』 『선생님과 함께 읽는 백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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