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지풍기미/ 성희

검지 정숙자 2021. 3. 13. 17:49

 

    지풍기미

 

    성희

 

 

  지난봄부터

  영천에 한번 다녀오겠다며

  말한 시인, 말빚 갚는 날

  영천 시인 세 명과 빚 갚으러 온 시인

  시 하나 건져보자며 지풍기미 찾아갔다

  불확실한 어원에 따르자면

  깊다는 표준말이 경상도식 발음 짚은과

  끼미꼴이라는 이름의 골짜기를 따 기미

  결국, 깊고도 깊다는 짚은기미

  지픈 지풍 하다보니 지풍기미

  각자 벼르고 벼른 지풍기미

 

  그 골짜기 너무 깊어 한 자락도 읽지 못하고

  보현산 깊숙한 곳에서 불어오는 등목 같은 바람에

  벌겋게 먼 산 뒤로 휘어지는 해만 바라보다, 바라만 보다가

 

  시인 연명하는 게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아득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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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와문학』 2020-가을(82)호 <시>에서

   * 성희/ 대구 출생, 2015년 『시에티카』로 등단, 시집 『괜찮아 괜찮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