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풍기미
성희
지난봄부터
영천에 한번 다녀오겠다며
말한 시인, 말빚 갚는 날
영천 시인 세 명과 빚 갚으러 온 시인
시 하나 건져보자며 지풍기미 찾아갔다
불확실한 어원에 따르자면
깊다는 표준말이 경상도식 발음 짚은과
끼미꼴이라는 이름의 골짜기를 따 기미
결국, 깊고도 깊다는 짚은기미
지픈 지풍 하다보니 지풍기미
각자 벼르고 벼른 지풍기미
그 골짜기 너무 깊어 한 자락도 읽지 못하고
보현산 깊숙한 곳에서 불어오는 등목 같은 바람에
벌겋게 먼 산 뒤로 휘어지는 해만 바라보다, 바라만 보다가
시인 연명하는 게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아득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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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와문학』 2020-가을(82)호 <시>에서
* 성희/ 대구 출생, 2015년 『시에티카』로 등단, 시집 『괜찮아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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