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3회 사명대사백일장 수상작>
사명대사의 육환장
최연우
견딜 수 없었다
왜군에게 아낙들이 머리채 잡힌 채 끌려가는 건
참혹했다
개미 한 마리조차 죽이지 않으려 들고 다니던
육환장이 왜군의 피로 물드는 건
부끄러웠다
불살생不殺生의 계를 어긴 건
이번 생에 해탈하기는 그르쳤으니
지옥의 중생까지 구제하겠노라,
지장보살의 원력을 가슴에 아로새길 뿐
피붙이를 잃고서
황토에 얼굴을 묻고 통곡하는 생령들이 있고
피붙이를 두고 떠날 수 없어
구천을 떠도는 원귀가 있는 한
육도윤회를 거듭할 수밖에
까마귀 떼 날아간 자리
해골 널브러진 지옥도地獄道일지라도
어미와 갓난애가 함께 굶어 죽어 묻힌
낮은 봉분封墳의 아귀도餓鬼道일지라도
하늘에 천둥 치고 바다에 파도 일렁이는
아수라도阿修羅道일지라도
신음하는 중생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산에서 바다로
다시 바다에서 산으로
곡哭이 곡曲이 될 때까지
차마 육환장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전문-
* 심사위원: 오세영. 윤후명. 수완 스님. 공광규. 우승미. 유응오. 채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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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와문학』 2020-가을(82)호 <제3회 사명대사백일장 수상작>에서
* 최연우/ 목포영흥고등학교, 대상(경상북도 교육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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