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은 고독
조혜영
부평 가족공원 묘지 산 중턱에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랑
같이 묻혀 있는 내 친구 정원이는요
이 년 전
비닐 막 가려진 작은 옥탑방에서
앙상한 뼈와 번개탄 재와 마시다 만 소주병과
몇 알의 수면제를 남기고
사망 시점도 알 수 없는 백골로 발견되었는데요
송림동 언덕배기 작은 월세방에서
혁명을 꿈꾸고 노동해방을 열망하며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노동자문학회도 만들어
공단에 불어올 노동문화의 바람을 상상하며
평생 공장 노동자로 살았었는데요
몇 년 전
산재로 노동력을 상실하고 병이 들고
끼니를 걱정하며
아주 많이 외롭고 우울하게 살았었는데요
노래도 잘 부르고 손마디도 굵어 일을 겁내지 않던
꽤 괜찮은 친구였는데요
병이 들어 사람들로부터 잊히고
돈도 떨어지고 쌀도 떨어지고 술도 떨어지고
삶이 고단했었나 봐요 견디기 힘들었었나 봐요
부평 가족공원 묘지 산 중턱에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랑 같이 묻혀 있는
내 친구 정원이는요
50대 초반 A씨 고독사 추정
짧은 토막 기사 한 줄 남기고 이승을 떠났는데요
그렇게 가버렸는데요
고독에 걸려 그다지도 많이 아팠나 봐요
이 그지없는 그리움 누를 길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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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0-가을(55)호 <포커스, 젊은 시 5인선>에서
* 조혜영/ 2000년 전태일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검지에 핀 꽃』 『봄에 덧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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