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의 겨울
데이지 김
우리는 여름으로 가는 방향으 몰라서 버려진 빵조각을 따라 희게 빛나는 계절을 걸었다
눈앞에 나타난 겨울이 얼어붙었고
여기가 내 세계라고 착각했다
쌓아온 관계가 부패한 빵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이끼들
나무의 어깨가 흔들리면서 손가락이 톡톡 겨울의 깃털을 건드리면 어느새 날아가고 마는, 그 이름
살갗으로 쏟아지던 폭포에 질문처럼 거듭거듭 매달리며, 미끄러지지 않고 견디는 투신은 없다고 죽은 물의 화법으로 이름을 새겼다
소나기가 쏟아졌고 버려진 빵조각이 씻기고 언 가슴이 녹는 소리가 호수 위에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제를 말하면서 에메랄드빛 여름이 궁금하다던 너는 침묵했고
빛나는 이름을 벼랑에 새기고 싶어,
천천히 가는 뒷모습
작아지는 등이 오래도록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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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0-가을(55)호 <정예 시인 신작시 22인 선>에서
* 데이지 김(Daisy Kim)/ 서울 출생, 하와이 거주, 2020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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