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혼/ 김은우

검지 정숙자 2021. 3. 9. 00:08

 

   

 

    김은우

 

 

  누군가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등을 세게 밀었다

 

  손잡이만 놓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

  무방비한 채 밀려오고 쓸려가는

  푸른 물결 속으로 들어갔다

 

  스르르 미끄러지며 수상스키가 앞으로 나아갈 때

  뒤돌아보니 모두들 나를 향해 손 흔들었다

  웃음소리, 왁자함이 점점 멀어졌다

 

  하얗게 삼킬 듯 파도가 달려들었다

  물살을 가로지르며 돌고래처럼 솟구치다 고꾸라졌다

 

  다가오고 떠나는 것들의 민낯이 햇살에 타올랐다

 

  아슬아슬한 두려움이 앞을 가리고

  몇 바퀴를 돌아도 그 자리

 

  바다 한가운데 나는 작은 섬에 불과했다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파도 속에서

  무너지다 일어서고 무너지다 일어서며

 

  중요한 것을 두고 온 것처럼 자꾸 뒤돌아봤다

  함께 농담을 하던 사람들이 까마득해졌다

 

  길을 잃고 헤매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읽히지 않는 항로를 읽어내며

 

  환한 햇빛을 찾아 어둠을 뚫고 달릴 때

  물빛이 어두워지다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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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문화』 2020-가을(55)호 <정예 시인 신작시 22인 선>에서

  * 김은우/ 1999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바람도서관』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