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는 사람
박해람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을 살펴보면
거기, 고치는 사람이 앉아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그런 것들 고치러 가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이따가 찾으러 오라는 말
혹은 아주 먼 곳을 들고 가면
아주 가깝게 고쳐놓는 사람
손닿지 않는 것들을 주위로 바꿔 놓는 사람
인근隣近을 서성이게 하는 사람
천 개도 넘는 기술을 뒤져 매듭 하나를 풀고 등 굽은 천품으로 태양의 뚜껑을 열고 닫는 사람
몇 푼 삯을 주고 멀리 가서 또 망가지는 일들이거나
망가뜨리는 일들의 배후 같은
정작 자신이 앉아있는 곳은
온통 망가진 것들 투성인
고치는 사람
고장 나는 일들은 뻔한 일들이고
고장 나게 하는 일들은 늘
복잡한 일들이지만
어깨너머로 보고 고치는 법을 배웠다는 사람
미간과 손끝은 이미 오래 전에
고장 난 사람,
서랍을 열고
또 버려진 부품들을 찾고 찾아서
끊겼던 냇물 흐르는 소리를 고치고
지구의 고장 난
몇 초를
기어이 고쳐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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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 2021-봄(45)호 <신작시>에서
* 박해람/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백 리를 기다리는 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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