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생드니 수도원/ 황유원

검지 정숙자 2021. 3. 3. 01:38

 

    생드니 수도원

 

    황유원

 

 

  잘린 머리는 잘린 머리다

  도끼로 잘렸든 톱으로 잘렸든 칼로 잘렸든

  잘린 머리는 잘린 머리고

  잘린 머리는 몸통과 분리된 머리

  머리는 더 이상 몸을 챙기지 않아도 되어서 좋을 것이고

  몸은 더 이상 머리와 실갱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어서 좋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 잘린 머리

  잘려서 속이 다 시원한 머리를 굳이 또 두 손에 들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 사람이 있다

  죽으라고 정해진 곳에 이르러서야

  그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쓰러진 사람

 

  그냥 원래 쓰러진 자리에서 영영 쉬었으면 좋았을 걸

  목 위에 있으나 손 위에 있으나 별반

  다를 바 없는 머리를 들고

  굳이 또 일어나 몽마르트를 걸어가는 이여

  난민 천막과 테러범이 숨어 있는 아파트를 지나

  걷고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 두 다리의 기적이여

  잘린 머릿속에서 핏물과 함께 메말라 가는 기억이여

 

  이미 잊은 것들과

  이제 잊어야 할 것들을 들고

  또다시

 

  앞으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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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 연구소』 2021-봄(창간)호 <포스트 2000 시인_제3부/ 신작시>에서

  * 황유원/ 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