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평범한 기적/ 최도선

검지 정숙자 2021. 2. 25. 21:58

<이 계절의 신작 시조>

 

    평범한 기적

 

    최도선

 

 

  깃을 치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 요란하다

 

  개미들이 어디론가 몰려가고 있다 공중에서 땅에서 비 온다는 신호들을 보내온다 바람보다 먼저 쏟아지는 빗줄기 얼마나 억척같이 퍼부을지 몰라 서성거리는데 아무렴 억수로 퍼붓는다 정원 여기저기 거미줄은 찢어져 나가고 거미는 간데없다. 하늘은 어둡고 산천초목이 숨죽이는데 검은 구름 심술이 보통이 아니다 손주 랑이는 계속 "비, 가면 케익 사러가자"고 조른다 저 비가 언제 제 집으로 가려나! 먼 데서 들리는 소식, 홍수 난 마을에선 소들이 마침 지붕 위로 올라갔다는데 빗방울은 계속 자라고 있다 구름이 무너지려나 보다

 

  깃 치던 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무사해라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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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 2020-겨울(74/終刊)호 <이 계절의 신작시조> 에서

   * 최도선/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1993년 『현대시학』에 소시집 발표 후 자유시 활동, 시집 『그 남자의 손』 『서른아홉 나연 씨』 외, 비평집 『숨김과 관능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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