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열 배/ 김형로

검지 정숙자 2021. 2. 25. 21:18

 

    열 배

 

    김형로

 

 

  북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사장과 신입사원의 월급 차이가 열 배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열 배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우선 두 배부터 나는 생각해 본다

 

  백만 원 받는 사람이 이백만 원 받는 거다 어느 가난한 이가 이백만 원만 받아 봤으면 하는 막다른 골목 같은 이백만 원인 거고, 이백만 원 받는 가장에게는 저녁이 있고 주말이 있는 사백만 원인 것이다

 

  두 배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백이 이백이 되고 이백이 사백이 되고, 그 사백이 팔백이 되어 해외여행을 철마다 다녀도

  아직 열 배는 아니다 세 번이나 천정을 깼지만 열 배가 되지 않았다

 

  열 배는 정말 엄청난 것이다

 

  아무리 잘 싸워도 열 명을 이길 수 없고, 열 사람 몫의 밭을 혼자 갈 수 없다 열 배는 물질에 관한 한 인간의 심리적 임계치일지 모른다

 

  허나 이 땅에서는 열 배가 뭔가 수십 수백 배 버는 사람들이 갑질을 하며 갈군다 얼마나 먹어야 그 허기는 채워질 텐가 얼만큼 쟁여 놓아야 뒷배가 든든해지는 건가 열 배의 열 배 이상이 이리 떼고 저리 후려도,

 

  수사만 평등하고 정의롭고 공정하게 펄럭거린다

 

  언제 한번 꿈에라도 살아볼까 그 나라 떳떳한 차별을 세워 평등으로 걸어가는 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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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 2020-겨울(74/終刊)호 <이 계절의 신작시> 에서

    * 김형로/ 2017년 『시와표현』 으로 등단,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미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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