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저녁의 노래/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1. 2. 27. 16:39

 

    저녁의 노래

 

    류미야

 

 

  자귀 자귀······

  나부끼는 노래를 들었지

  다친 땅과 하늘이 한 어둠 덮고 눕는

  어스름 젖던 그 골목에서 흐느끼듯

  들었지

 

  문틈 새 실낱 같은 불빛들이 새어날 때

  밤의 난간에 기대는 저런 몸들 보았지

  말할 수 없는 입술과 붉은 속눈썹 보았지

 

  그런 날은 뉘도 모를 어느 외진 풀숲에선 서러운 초록뱀도 허물을 벗으리라,

  높고 흰 눈썹달 보며 몰래 빌어주었지

 

  아찔한 허공 위 집 짓는 그 마음을

  하늘 가까이에 살아보지 않은 것들은

  모르리, 열매를 모르는

  꽃처럼 너를 잊었지

 

  이파리가 이파리에 서로 등을 기대며

  자신에게 돌아가는 야합夜合으로 숨죽이던

 

  언젠가 다시 찾았을 때 온데간데없던

  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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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1-1월(623)호 <이달의 시조>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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