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노래
류미야
자귀 자귀······
나부끼는 노래를 들었지
다친 땅과 하늘이 한 어둠 덮고 눕는
어스름 젖던 그 골목에서 흐느끼듯
들었지
문틈 새 실낱 같은 불빛들이 새어날 때
밤의 난간에 기대는 저런 몸들 보았지
말할 수 없는 입술과 붉은 속눈썹 보았지
그런 날은 뉘도 모를 어느 외진 풀숲에선 서러운 초록뱀도 허물을 벗으리라,
높고 흰 눈썹달 보며 몰래 빌어주었지
아찔한 허공 위 집 짓는 그 마음을
하늘 가까이에 살아보지 않은 것들은
모르리, 열매를 모르는
꽃처럼 너를 잊었지
이파리가 이파리에 서로 등을 기대며
자신에게 돌아가는 야합夜合으로 숨죽이던
언젠가 다시 찾았을 때 온데간데없던
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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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1-1월(623)호 <이달의 시조>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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