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빌딩 속 영혼들/ 정겸

검지 정숙자 2021. 2. 25. 01:13

 

    빌딩 속 영혼들

 

    정겸

 

 

  어두운 골목길 전단지 속에서

  신사임당 여사가 화사하게 웃고 있다

 

  신용불량자 환영

  무서류 무방문

  세 번의 클릭으로 즉시 대출

  담보는 단 하나 당신의 육신

 

  세상은 평생

  나의 육신을 담보삼아

  나의 영혼을 도륙내고

  내 안의 모든 뼈들을 녹이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 빌딩 건설현장 사이로

  저당 잡힌 산동네 사람들과

  반 지하 사람들이

  무거운 질통을 메고 하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뼈마디로 만든 하늘 계단

 

  그 아래 선혈이 낭자한

  맨드라미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

   * 『시와표현』 2020-겨울(74/終刊)호 <이 계절의 신작시> 에서

   * 정겸/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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