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불사조/ 김상미

검지 정숙자 2021. 2. 23. 02:58

 

    불사조

 

    김상미

 

 

  상원의원이 죽었다. 불타 죽었다. 2012년 1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빅토리 공원에 살던 상원의원이, 향년 3,500살의 최고령 사이프러스 나무 중 하나였던 상원의원이 화염에 휩싸여 죽었다. 3,500년을 잘 견뎌온 그 몸통 안으로 누군가가 불멸을 비웃으며 성냥불을 던져, 그토록 긴 세월을 살아온 장엄한 생을 한순간에 활활 불태워버렸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일. 모두가 망연자실 넋을 놓았다. 거대한 산 하나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3,500년 동안 늘푸른나무였던 상원의원. 이래선 안 된다며 사람들은 분연히 일어나 아직 생명의 불씨가 남아 있는 나뭇가지를 찾아 불탄 자리에 접목을 시켰다. 그러곤 가슴 조이며 기다렸다. 드디어 1년 후 그곳에서 아이 하나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모두 그 아이를 '불사조'라고 불렀다. 강인한 생명력의 기적! 이제 상원위원의 피를 이어받은 불사조는 계속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모두의 꿈을 담아 붙여준 그 이름 때문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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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 2020-겨울(74/終刊)호 <이 계절의 신작시> 에서

   * 김상미/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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