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
김림
산山이 누워있다.
비양도 인근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이동하던
참고래의 주검이 수습되었다.
태어난 지 고작 1년, 어린 몸을 열고
끝없이 발굴되는 것들,
식도를 꿰고 있는 낚싯줄
위장 속을 둥둥 떠다니는 스티로폼 조각.
여린 수염에 엉켜있는 초록색 나일론 끈
작은 몸의 내장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박제된 새끼 참고래였다.
몇 해 전, 네델란드 해안
참거두고래 두 마리, 바다를 등지고 누워있었다.
그들의 사인은 질식사
인간들의 소음에 쫓겨나 낯선 물고기 서대를 삼킨 것이
숨구멍을 막아 일어난 사고였다.
5,500만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파키케투스*는 예감했을까
골반뼈와, 어깨뼈와, 발가락뼈의 퇴화
멀지 않은 미래,
디딜 땅은 사라지고
인간은 어느 바다로 떠밀려 있을까?
-전문-
* 파키케투스: 신생대 에오세 초기부터 중기 무렵까지 남아시아에서 살았던 원시 고래의 일종으로, 속명은 '파키스탄의 고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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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시학』 2020-겨울(97)호 <이 계절의 시> 에서
* 김림(본명: 김미선)/ 2014년 『시와문화』로 등단, 시집 『꽃은 말고 뿌리를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