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피멍/ 송진

검지 정숙자 2021. 2. 23. 12:14

 

    피멍

 

    송진

 

 

  몇 개의 창고 열쇠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

 

  페인트가 새빨간 밑줄을 긋는다

 

  옆집 형부는 울타리를 세 개 너머 밤마다 아이를 탐했다

 

  옆집 식당은 밤마다 신음소리로 늑대들이 문을 두드렸다

 

  모든 게 옆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주의 창조 마냥

 

  끝까지 밑줄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테야

 

  그 아이는 트렁크에서 밟혀 죽어갔다

 

  나는 파랑이 긋고 싶어 파랑을 긋는다

 

  나는 노랑이 긋고 싶어 노랑을 긋는다

 

  가끔 나의 밑줄은 피멍 든 열 개의 발톱 아래에 먼저 내려가 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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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 2020-겨울(74/終刊)호 <이 계절의 신작시> 에서

   * 송진/ 1999년 『다층』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미장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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