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이정란
어둠과 빛이 그러저러 나눠 가진 공간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나의 서성거림이 교차된다
지구가 숨겨둔 여분 공간인 것만 같다
서로의 말을 버리고
자기만의 부피를 잊고
거기가 세상의 전부인 듯
전부여도 일부
아니어도 일부
아닌 것이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닌
잘 벗긴 개의 털이
새로 확정되는 인간의 지성처럼
가지런히
출렁이는 것을
강아지는 모르고
우리는 함께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르게
순환한다
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새로 태어나는 무언가의 울음소리처럼
점점
아직 모를 뿐
어딘가에서 달려온 근원이 머리칼을 스쳐 몸을 통과한 후
누군가에게 불을 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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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시학』 2020-겨울(97)호 <열린시학이 주목하는 시인/ 신작> 에서
* 이정란/ 1999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이를테면 빗방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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