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어금니/ 오탁번

검지 정숙자 2010. 10. 16. 00:41

    

    어금니


     오탁번



    문갑 서랍을 정리하다가

   내 어금니를 만났다

   10년 전 충치로 뽑혀

   조그만 곽 속에서

   얌전히 잠자던

   어금니를

   충치균이 죽지 않고 살아서

   하얗게 갉아먹었다

   칫솔로 잘 닦아서

   다시 잘 모셔두기로 한다

   내가 만난 나의 유골!

   10년 동안 캄캄한 어둠 속에서

   충치균에게 살신공양하고 있는

   내 유골을

   볕바른 곳에 이장하듯

   서랍 속에 잘 모셔둔다


   * 시집『우리 동네』에서/ 2010.9.5 <시안> 발행

   ----------------------------------------

   * 오탁번/ 충북 제천 출생

     1966 동아일보(동화), 1967 중앙일보(시), 1969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앉은뱅이의 춤/ 배교윤  (0) 2010.10.17
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0) 2010.10.16
칼/ 이영광  (0) 2010.10.14
유령 1/ 이영광  (0) 2010.10.14
날/ 이미산  (0) 201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