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오탁번
문갑 서랍을 정리하다가
내 어금니를 만났다
10년 전 충치로 뽑혀
조그만 곽 속에서
얌전히 잠자던
어금니를
충치균이 죽지 않고 살아서
하얗게 갉아먹었다
칫솔로 잘 닦아서
다시 잘 모셔두기로 한다
내가 만난 나의 유골!
10년 동안 캄캄한 어둠 속에서
충치균에게 살신공양하고 있는
내 유골을
볕바른 곳에 이장하듯
서랍 속에 잘 모셔둔다
* 시집『우리 동네』에서/ 2010.9.5 <시안>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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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탁번/ 충북 제천 출생
1966 동아일보(동화), 1967 중앙일보(시), 1969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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