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검지 정숙자 2010. 10. 16. 00:44

    

    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 시집『우리 동네』에서/ 2010.9.5 <시안>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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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탁번/ 충북 제천 출생

     1966 동아일보(동화), 1967 중앙일보(시), 1969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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