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8월
정채원
팔을 한껏 벌리고
8월이라고
얼음이 녹는다고
훨훨 춤을 추었나
발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
북극곰은 어떻게 물개를 잡을 수 있나
발판도 없이
너는 무얼 사냥할 수 있나
발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
해빙이라고
북극에서 발판도 없이
8월이라고
-전문-
▶'사라지는 신체' 혹은 사건의 순수한 흐름을 이끌어내는 문장(발췌)_박성현/ 시인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는 수많은 영역들이 존재한다. 살아감의 '실존'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정립되는 것인데, 이 '관계-맺음'의 각 영역들이 삶의 구체적 시간과 장소에 작용하면서 개별자들의 불안과 공포, 안도와 부끄러움 등의 기분을 만들어낸다. 더욱이 현실을 구성하는 사물들의 배치를 바꾼다면 얼마든지 낯설고 불가해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익숙함은 그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까닭 없는 공포로 즉각 돌변한다.
때문에 '현실'이란 한다. 시인이 정확히 판단하는 것처럼 '양가성(ambivalence)'의 세계다. 가벼우면서도 상당히 무겁고, 부드러우면서도 거칠기만 한 '늪'(혹은 '수렁') 이미지를 강하게 내포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실은 항상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 작용을 통해 정립되며, 그 양상은 우리가 예측한 설계와 의도에 균열을 내고, 그것을 벗겨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계열화된다. 시인은 맥락을 수용하면서도 어느 틈엔가 그 맥락을 사건에서 제거한다. 그러다 보면 남은 것은 순수한 사건 그 자체인데, 바로 여기가 정채원 시인의 문장이 산출되는 곳이다. (p. 시 203/ 론 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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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시학』 2020-겨울(97)호 <오늘의 시인/ 작품론> 에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외
* 박성현/ 서울 출생, 시인, 2009년 ⟪중앙일보⟫로 등단,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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