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최문자
아주 천천히 손을 씻는다 크고 따뜻했던 손이 때때로 검정색이다
피를 흘리고 가끔 붕대를 감고 봄밤 연인의 손을 잡다가 너무 많이 울어본 손이 여러 개로 손을 쪼개고 어느 한 조각에 잠긴다
손을 나라고 할 것인가? 대낮에는 내 손이 아니다 나를 떠난다 나를 이긴다 풋과일처럼 새파랗고 단호하게 다른 손을 잡는다 눈을 감고 있어도 손의 하루는 뻐근했다 손에 잠긴 사실들이 꿈틀거렸다 손은 뭔가를 할퀴고 만지다가 깊은 밤에야 돌아왔다 잔을 돌리며 우리는 아무도 그것을 묻지 않았다 한꺼번에 몇 개의 손이 되려 하는 손에게 왜 피가 나느냐고 묻지 않았다
아아, 하얗게 자고 싶어. 얼굴 같은 손이 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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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시학』 2020-겨울호 <이 계절의 시> 에서
* 최문자/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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