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덕근_걸림이 없는 마음을 헹구며...(발췌)/ 무심천 : 도종환

검지 정숙자 2021. 2. 19. 14:30

 

    무심천

 

    도종환

 

 

  한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연이라서

  그 끈 떨쳐버릴 수 없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워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서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 빈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이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을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니니

    -전문-

 

 

  ▶ 걸림이 없는 마음을 헹구며, 잠긴 불빛 별로 떠오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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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무심천(발췌)_김덕근/ 『충북작가』 편집위원

  청주 사람은 무심천을 모시고 삽니다. 따져보니 제가 사는 낡은 아파트도 배산임수네요. 우암산 머리가 뒤에 있고 묵묵히 흐르는 냇가가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하니 말입니다. 일교차가 큰 가을이 오면 짙은 안개로 마을과 숨바꼭질을 하는 광경이 몽환적입니다. 어찌 가을뿐이던가요. 겨울은 어떻고요. 흔히 볼 수 없는 상고대를 적멸의 무심천은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보여주기도 하지요. 봄에는 초대하지 않아도 청주 사람 모두가 무심천을 순례하는 벚꽃이 한창입니다.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무심천 벚꽃이 산화될 무렵 다시 우암산 우회도로 벚꽃이 기다리고 있고, 가장 늦게 수줍게 얼굴을 보여주는 상당산성 벚꽃이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욕심과, 인연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은 분별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시인은 물길과 함께 걸으며, 번뇌를 놓기도 하며 때로는 물살에 씻거나 흐르는 물에 흘려보냄으로써 텅 빈 마음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무심천'인 거지요. 출가하지 않더라도 가장 가까이 있는 무심천에서 청주 사람들은 '무심'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거지요. 무심천의 물길은 소를 몰고 돌아오는 심우도와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 '무심천'을 향해 합장하고 또 물길도 합장하는 그림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욕심을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을 무심이라 하지요. 묘한 지혜를 나도 모르게 걸림이 없게 해주는 물길이 무심천입니다. (p. 시 239-240/ 론 233//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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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0-겨울호 <청풍명월의 심상지리 8> 에서

   * 김덕근/ 충북 청주 출생, 『충북작가』 편집위원, 작품집 『내일을 비추는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