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무섭다
임승유
창문을 열면
나와 있는 그 사람이 보였다. 그보다 먼저 나와 있는 의자가 보였다. 날마다 앉아야 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건
좋아서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의자와 그 뒤의 건물과 그 옆의 나무와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의 고요가 좋아서다.
무엇보다 좋은 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모든 게 거기 있다는 것이다.
-전문-
▶ 쓰는 대로 오는 미래: 2020년에 읽는 2010년대 시(발췌) _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한편 임승유의 시는 반복과 변화 속에서 미래로 향한다. 이 시는 시의 전문을 읽고 제목을 재차 읽을 때 더 완전해진다. 시 속에서는 반복되는 장면이 좋고, 좋기 때문에 일정하게 반복되는 장면을 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변함없는 매일매일의 그 장면을 무서워한다. 좋다가 아닌 무섭다에 방점을 찍어 이 시를 읽을 때, 무서운 것의 구체적인 대상은 변하지 않는 미래다. "나와 있는 의자", "나와 있는 그 사람", 그리고 그 장면을 기다리는 '나'와 그 사람이 사라지기까지를 지켜보는 일정한 반복. 그것이 내일도 변치 않으리라 생각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무섭다. 미묘한 변화조차 없는 미래가 올 것을 우리는 두려워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시의 제목에 '무섭다'를 붙임으로써 화자는 더 이상 동일한 미래를 맞이할 수 없게 되었다. 화자는 이 장면을 보는 것이 어느덧 무서워졌기 때문에. 어제의 화자와 오늘의 화자는 동일한 장면을 보는 것임에도 그 현장에 끼어들어 있는 화자의 감정이 좋음에서 무서움으로 변했기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p. 시 83/ 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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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1-1월호 <기획성 | 2010년대 후반기 한국시의 새로운 흐름 2> 에서
* 임승유/ 2011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다』 등
*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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